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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19C 후반 새로운 문제 인식과 세잔의 노력

by 행운지킴이 2022. 6. 1.

새로운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려 했던 폴 세잔

 

새로운 문제점의 본질을 최초로 분명하게 인식한 인물은 폴 세잔이다. 인상파 대가들과 같은 세대에 속한 그는 젊은 시절,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에 참가했지만, 그들을 향한 평판에 염증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예술에 몰입했다. 그는 자신 스스로 제기한 예술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일생을 바칠 수 있었는데, 자신의 그림을 사줄 고객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의 독자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평온하고 한가한 삶을 산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가 추구했던 완벽한 예술적 이상을 자기 작품 속에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갔다. 소수의 숭배자에게 명성을 얻기 시작하자 이론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드물지만, 그들에게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몇 마디 말로 설명하고자 했는데, '자연으로부터 푸생'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한 것이 전해진다.

 

푸생과 인상주의를 넘어 그 둘의 조화를 꾀한 세잔

 

그는 푸생과 같은 과거 고전적 대가들이 그들 작품에서 놀라운 균형성과 완벽성을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푸생의 작품 중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다'의 경우 하나의 형태가 다른 형태와 호응하며 작품이 하나의 아름다운 조화의 표본이 됨을 볼 수 있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여 있고, 우연적이거나 모호한 것은 전혀 없다. 각각의 형태는 분명하고 뚜렷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확고한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고요한, 자연스러운 간결함을 지닌다. 세잔은 이런 미술을 자신의 예술적 목표로 삼았지만 결국 푸생의 방법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의 대가들은 아카데믹한 수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어느 정도의 대가를 치르며 균형과 견고함을 이뤘지만, 세잔은 이러한 수법이 자연과 대립한다고 생각하는 인상주의와 뜻을 같이했다. 색채와 입체감의 묘사에 있어서 새로운 발견을 높이 평가했고 이때까지 자신이 알고 배워왔던 것에서 탈피해, 자신이 받은 인상에 따라, 자기가 본 그대로의 형태와 색채를 그리려 했다. 하지만 세잔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연을 본떠서' 그림을 그리고, 인상주의 대가들의 발견을 활용하는 동시에 푸생의 미술을 돋보이게 했던 질서와 필연의 감각을 되찾는 것이 되었고, 그것이 이제 그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폴-세잔의-세잔-부인의-초상
세잔 부인의 초상 - 폴 세잔

 

끊임없는 실험과 세잔의 성공

 

미술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 미술에 있어서 문제는 반복되어왔고, 그저 동일한 문제가 다른 단계에서 

발생한 것뿐이라 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 가물가물한 빛 속에서 확실한 윤곽이 사라지고 채색된 그림자가 등장하며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명료성과 질서를 파괴하지 않고도 이 업적들을 보존할 수 있을까?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은 밝지만 어수선했으며 세잔은 그런 어수선함이 싫었다. 하지만 그는 조화로운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구도가 잡힌 풍경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고, 견고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카데믹한 전통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세잔은 명료하고 강렬하며 순도 높은 색채를 선호했다. 중세미술을 지나 미술이 자연의 관찰을 다시 중시하게 되자 감미롭게 혼합된 색조가 사용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빛과 대기를 묘사했던 것이다. 비록 인상파 화가들이 물감을 뒤섞지 않고 그것들을 작은 색점이나 터치로 캔버스 위에 병치시킴으로써 옥외의 아른거리는 반사광을 표현했고, 그 결과 전대의 어떤 화가의 작품보다 색조가 밝았지만, 세잔은 그 이상을 원했다. 순수한 원색만을 사용한 그림은 현실감을 잃고, 평면적이며 깊이감이 없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모순에 빠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결코 실험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결국 인상주의를 미술관에 있는 미술품과 같이 더욱 견고하고 지속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마 미술이 계산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미술은 계산이 아니며 미술가들이 신경 쓰는 균형과 조화도 기계적이지는 않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아무도 그 방법과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술의 성공일 것이다.

 

 

◎ 참고도서 - 서양미술사, 곰브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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